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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주제 탐욕이 키운 괴물, 일베
작성자 민경배 조회수 6789
작성일 2013.06.13

 

탐욕이 키운 괴물, 일베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

 

 

일베는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핫(hot)한 사이트이다. 일베를 두고 일각에서는 극단적 보수 우익 진영의 첨병이라 말하며, 또 다른 일각에서는 역사 의식과 윤리관이 결여된 잉여들의 무분별한 놀이터라 평가한다. 무엇이라 성격을 규정하건 일베의 영향력은 이미 간단치 않은 수준으로 성장했다.

일베는 원래 유머 사이트였다. 지역감정 조장, 여성과 다문화 가정 대상의 비하도 처음에는 그저 유머의 소재 정도로 취급되었다. 뉴스를 갖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비하며 노는 행태는 여타의 다른 시사 유머 사이트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대개의 시사 유머 사이트들이 권력자, 가해자를 풍자하고 조롱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전복의 쾌감을 선사했던 것과 달리 일베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 피해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조롱했다. 일베의 일탈은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다.

일베는 인터넷 하위문화의 하나이기도 했다. 대개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각자의 고유한 문화나 문법을 갖기 마련이다. 커뮤니티 밖 사람들과 스스로를 구분 짓기 위해 독특한 은어나 말투를 개발하고, 나름의 독자적 정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일베도 여타의 커뮤니티 사이트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일베의 하위문화가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는 시작되었다.

일베는 지금 탐욕이 키운 괴물이 되었다. 일베를 괴물로 만든 1차적 책임은 정치권의 탐욕에 있다. 골방에서 떠들던 일베의 목소리를 대선 정국에서 정략적 목적으로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고, 그때부터 고약한 유머는 악의적 선전과 선동으로 변질되었다. 언론의 탐욕도 일조했다. 기사 조회수 높이기에 급급한 언론은 일베의 자극적 글들을 버젓이 기사화하여 대중에게 일베를 널리 소개시켜 줬고, 일베의 황당한 주장들을 공론장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왔다. 여기에 온라인에서 열세였던 판세를 뒤집어보려는 우파 지식인과 논객들의 탐욕까지 일베 괴물 만들기에 가세했다. 일베의 주장을 정당화시켜 주기 위한 근거와 논리를 개발해주고 후견인을 자처하는 것이 그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일베는 결코 우파가 아니다. 일베는 이념 공동체가 아니라 문화 공동체일 뿐이다. 게다가 일베가 보여주는 행태는 좌우의 이념적 잣대보다는 윤리와 반윤리, 상식과 몰상식, 정상과 비정상의 틀로 보는 것이 더 맞다. 5.18 북한군 투입설을 부정하는 우파의 거두 조갑제씨마저 종북으로 모는 일베의 행태는 이념적 잣대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몰상식과 비정상의 극치이다.

어쩌면 일베는 고름이 잔뜩 낀 종기와 같은 존재이다. 종기는 가만 놔둬서 저절로 사그라지거나 터뜨려서 고름을 빼내야 치유된다. 괜히 자꾸 건드리면 더 커지고 덧나기만 한다. 일베 역시 건드리고 들쑤셔봐야 그들의 영향력만 더 키워줄 뿐이다. 다음 아고라에 일베를 유해 사이트로 지정해 폐쇄시켜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고, 민주당은 일베에 대해 운영금지 가처분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다들 부질없는 짓이다. 이 정부가 쉽게 들어줄리 만무하고, 설령 운영 중지 조치가 내려진다해도 금방 다른 곳에 유사한 사이트 뚝딱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일베의 종착역은 얼마 남지 않았다. 뉴스를 소비하며 놀던 일베가 뉴스의 대상으로 지위가 바뀐 순간부터 그들은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일베의 파국은 이미 예견되어 있다. 그래서 일베를 대하는 가장 현명하고 효과적인 태도는 그냥 일베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여성신문, 2013. 5. 27)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

 

학력

고려대학교 사회학 학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정보사회학 전공)

 

경력
(현)사단법인 사이버문화연구소 소장
(현)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위원장
(현)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전)사단법인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선임연구원
(전)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
(전)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선임연구원
(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전)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 행정관

 

저서

[ 사회학 나들이 ], 퇴설당, 1999년
[ 미래혁명이 시작된다 ], 범우사, 2000년 (공저)
[ 뉴미디어와 시민사회 ], 언론개혁시민연대, 2000년 (공저)
[ Cyber is: 네트에서 문화읽기 ], 사이버문화연구소, 역사넷, 2001년 (공저)
[ 인터넷 한국의 10가지 쟁점 ], 함께하는 시민행동 엮음, 역사넷, 2002년 (공저)
[ 영상학습혁명 ], 예문사, 2005년 (공저)
[ 정보통신과 한국의 변화 ], 커뮤니케이션북스, 2005년 (공저)
[ 사이버스페이스의 사회운동 ], 한국학술정보, 2006년
[ 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문화의 지형도]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7년 (공저)

 

논문 및 연구실적

[ 정보화와 권력구조의 변화 ] ,『언어정보』, 창간호, 1997
[ 전자 공론장으로서의 인터넷 게시판 ] ,『계간 언론개혁』, 2001년 겨울호
[ 정보사회에서의 온라인 사회운동에 대한 연구 ] ,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2
[ 인터넷 검열과 언론 매체 ] ,『월간 인물과 사상』, 2002년 2월호
[ 단절과 배제의 한국식 네트워크 ] ,『월간 인물과 사상』, 2002년 7월호
[ 서구의 온라인 사회운동 연구 ] ,『밝은사회연구』통권 제24집, 경희대 밝은사회연구소, 2003
[ 사이버 공동체의 분화와 진화 ] , 『밝은사회연구』, 통권 제25집, 경희대 밝은사회연구소, 2004
[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 패러디와 실명제를 중심으로 ] , 『열린미디어 열린사회』2004년 봄호, 열린미디어연구소, 2004
[ 보편적 민주주의를 위한 온라인 기반의 NGO 지구촌 네트워크 ] ,『오토피아』 통권 제19호,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2004
[ 디지털 유산보존 국내현황 및 협력틀 구축방안 ]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04
[ 유비쿼터스 문명과 사이보그 시대의 사회적 쟁점 ] ,『오토피아』 통권 제20호,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2005
[ 디지털 유산 보존의 현황과 과제 ] , 『사회과학연구』, 통권 제13집 2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2005
[ 유비쿼터스 시대의 정보문화 쟁점과 정책과제 ], 한국정보문화진흥원, 2006
[ 인터넷 시민 참여와 대의민주주의의 공존 가능성 ] , 『사회와 이론』,통권 제13집 2008년 2호, 한국이론사회학회, 2008
[융합사회의 등장과 정체성 변화], 문화경제연구 제12권 2호, 2009.

 

기타

오마이뉴스, 세계일보, 서울신문, 주간동아, 주간 iWeekly, 이슈투데이, 시사저널, 시사IN, 디지털타임즈 등 고정 칼럼니스트 역임
MBC "TV 속의 TV", CBS "시사쟈키 오늘과 내일“, TBS 교통방송 ”문화가 산책“ 등 고정패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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